Creative writing(창작 이야기)/2. 소설(Fiction Writing)

겨울..그리고 당신 2

Aurora ray 2024. 12. 1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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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그날 밤, 그녀는 깊이 잠들었다. 오랜 시간 무겁게 짓눌렀던 기억에서 해방된 듯한 꿈이었다. 눈부신 햇살이 새벽에 그녀의 창문을 스치고, 그녀는 처음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떴다. 거실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 속에서 새싹이 움트고 있었다. 겨울 속에서도 생명이 깨어난다는 사실이 희망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의 일상은 여전히 바쁘게 흘러갔다.
출근길의 지하철, 이어폰 속에서 흐르는 잔잔한 음악,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 그녀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그를 향한 미련과 아쉬움은 그날의 한숨과 함께 사라져 갔고, 대신 작은 행복들이 그녀의 하루를 채우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이제 새로운 사람이 있었다. 그와의 관계는 안정적이었다. 그는 따뜻했고, 믿음직스러웠으며, 그녀가 힘든 순간에 항상 곁에 있어 주었다.

며칠 뒤, 그녀는 우연히 다시 그를 마주쳤다.
퇴근길, 어둑한 거리에서였다. 그는 카페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엔 모른 척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만.” 그의 목소리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녀는 천천히 돌아섰다. 그는 한 발자국 더 다가오며 말했다.
“그날… 미안했어.”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끝난 이야기에 더 이상의 감정은 낭비일 뿐이었다.

“나는…”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너에게 상처 준 것만큼은 알고 있어. 하지만…”

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그만해. 이제 나한테 그 말은 의미 없어.”
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단호했다.

“너에게 더 이상 화도 나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돌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야.”
그녀는 그를 지나쳐 걸음을 옮기며 마지막 말을 던졌다.
“잘 지내.”

그날 밤, 그녀는 생각했다.
그가 과거의 실수를 후회하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그 후회가 그녀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길을 걷고 있었고, 그 길에는 과거의 그림자가 설 자리가 없었다.

며칠 뒤, 그녀는 새로운 약속이 있었다. 그녀의 약혼자가 준비한 작은 서프라이즈였다. 그는 그녀를 따뜻한 레스토랑으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그의 눈빛을 보며 깨달았다. 이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자신을 기다려 준 사람이라는 것을.

몇 달 뒤, 그녀는 결혼식을 올렸다. 겨울의 찬바람이 아닌 봄의 온기가 감도는 계절이었다.
결혼식 날,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드레스의 하얀 색감이 햇살과 어우러져 눈부시게 빛났다. 그녀는 과거의 상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고,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결혼식장에서 문득 스쳐간 얼굴들 속에서 그를 떠올릴 여유조차 없었다. 그녀에게 이제 그의 존재는 먼 과거의 한 페이지일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손을 잡은 사람과 함께, 눈부신 미래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