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writing(창작 이야기)/1. 에세이(Essays)

싱숭생숭, 나를 흔드는 작은 바람

Aurora ray 2024. 12. 14. 22:28
728x90
반응형



싱숭생숭. 이 단어는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내 안에서 잔잔히 파동을 일으킬 때, 나는 종종 이 단어를 떠올린다. 확실한 이유가 없는데도 마음이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품고 흔들릴 때, 나는 그 기분을 ‘싱숭생숭하다’고 부른다.

이상하게도, 이 감정은 계절이 바뀔 때 자주 찾아온다. 봄이 오기 전날 밤,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서서히 녹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들뜨고 허전하다. 혹은 가을 저녁,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창가에 앉아 있을 때, 잎사귀 하나가 떨어지는 걸 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련함이 몰려온다.

싱숭생숭한 기분은 때로는 아주 사소한 순간에 찾아오기도 한다. 오래된 노래를 우연히 듣거나, 지나가던 거리에서 알 수 없는 익숙함을 느낄 때. 아무 의미 없이 열어본 낡은 앨범 속 사진 한 장이 마음속 어딘가를 찌르고 지나갈 때. 이런 감정은 설명하려고 할수록 더 모호해지고, 다만 그 감정 속에 자신을 맡기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걸까? 나는 싱숭생숭함이 일종의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묻는 마음의 작은 목소리다.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어떤 조각이, 그 순간 불현듯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감정은 때로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길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싱숭생숭한 기분이 드는 날에는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평소라면 지나쳤을 카페에 들어가 낯선 커피를 시켜 본다거나, 아무 이유 없이 먼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 본다. 그렇게 작은 변화를 시작하면, 그 속에서 조금씩 내 마음이 정리되는 걸 느낀다.

싱숭생숭함은 우리에게 잠시 멈추라고 속삭이는 시간이다. 더 크게 흔들리기 전에 나를 돌아보고,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순간을 준다. 그래서 이 기분이 찾아올 때마다 억누르지 않으려 한다. 그냥 느끼고, 흘려보내고, 그것이 내 삶 속에서 어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지 기대해 본다.

결국, 싱숭생숭은 나쁘지 않다. 조금 흔들릴 수 있기에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 아닐까. 마음 한구석에 작은 바람이 불어올 때, 나는 그 바람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가만히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