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ora ray 2024. 12. 1.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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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마치 한 권의 책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처럼 다가온다. 1월의 희망과 6월의 활기는 이미 지나갔고, 한 해 동안 쌓였던 시간들이 차분히 정리되는 달이다. 나는 이 달을 "회고와 기대의 달"이라고 부르고 싶다. 회고는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고, 기대는 앞으로 펼쳐질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

추운 바람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한 해의 흔적이 마음을 울린다. 좋은 기억들도, 아쉬움으로 남은 순간들도 모두 그 바람에 녹아든다. 아침 창문에 맺힌 성에를 닦으며 떠오르는 건, 지나간 나의 모습이다. 어쩌면 나는 내가 바라던 모습에 가까이 다가갔을 수도, 아직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할까? 중요한 건 내가 이 한 해를 살아냈다는 사실일 것이다.

12월은 누군가에겐 반짝이는 불빛과 따뜻한 모닥불의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12월은 고요한 산책길과 같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담긴 거리에서 홀로 걸으며 한 해를 곱씹는다. 나의 발걸음은 느리지만, 마음만은 바쁘다. 무언가를 이루었는지 점검하고, 놓친 것은 없는지 확인한다. 그러다 문득, 바쁜 마음을 멈추고 이런 생각이 든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서 12월은 나 자신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다. 더 이상 '해야 할 것'에 얽매이지 않고, 그냥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 실패는 실패대로, 성취는 성취대로 고맙다 말하며 나를 어루만지는 시간이다. 이 모든 것들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또 새로운 1월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제 창밖을 본다. 차갑지만 투명한 공기가 새해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 같다. 12월의 끝자락에 서서 나는 다시 다짐한다. "올해를 사랑했고, 내년을 기대한다."

12월은 끝이자 시작이다. 그렇게 나는 이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