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ora ray 2024. 11. 22.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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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어른이 되다

어릴 적, 나는 동화를 읽으며 자랐다. 신데렐라가 새벽별처럼 반짝이는 유리 구두를 신을 때마다 마음이 설레었고, 백설공주가 첫사랑의 키스로 깨어날 때면 사랑의 기적을 믿고 싶었다. 장화홍련의 슬픈 이야기에 가슴 아파하며 울고, 심청이가 연꽃 속에서 돌아오는 장면에서는 세상에 효가 주는 감동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콩쥐팥쥐의 힘겨운 순간을 넘어서는 모습은 약자도 결국엔 승리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법 같은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내 손끝에서 태어난 이야기가 누군가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이루고 싶은 일이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꿈이 어른의 현실로 이어지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학업, 진로, 사회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나의 동화작가라는 꿈은 점점 희미해졌다. 스스로도 그 꿈을 마음 한구석에 접어두고 현실적인 선택을 하며 살아갔다. 어느새 38살이 된 나는, 동화책 대신 에세이나 시를 끄적이며 내 하루를 채우고 있다. 동화작가라는 단어는 한참 전의 일이 된 듯 보였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여전히 그리움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현실을 이야기했다. 작가라는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 동화라는 장르가 얼마나 좁은지, 그 길로 성공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불가능에 가까운 길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나의 내면은 늘 질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을까?"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단순했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와 같은 누군가를 위해서. 글은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였다. 내가 느낀 위로, 감동, 슬픔, 그리고 희망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어릴 적 나처럼 꿈꾸는 아이들에게, 혹은 인생의 쉼표를 필요로 하는 어른들에게 작은 빛이 되고 싶었다.

글을 쓰는 일은 나 자신과 대화하는 과정이다. 동화작가라는 꿈을 품었던 어린 시절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마주 앉아 서로를 응원하는 시간이다. 그 대화 속에서 나는 작가로서의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어른이란 현실에 타협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38살의 나는 이제 어릴 적의 꿈을 다시 꺼내 들었다. 동화책을 쓰는 일이 당장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가? 중요한 건 글을 쓰는 순간 내가 진짜 나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셈이다.

작가로 어른이 되는 길은 길고 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 길을 걸어보려 한다. 그리고 언젠가 내 이름이 적힌 동화책을 어린아이들이 펼치는 날을 꿈꾼다.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글을 쓰며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이다. 꿈은 이루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꿈을 꾼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그리고 그 꿈은 내가 어른으로서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이제 나는 나를 위해, 그리고 내가 만날 독자들을 위해 글을 쓸 것이다. 나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